한편 개미의 저택. "뭐...안전하게 가자. 굳이 중립파에게까지 붙어서 그래스를 구해올 필요까진 없고, 애초에 중립파를 만나는 거 자체가 어려우니까." 그러더니 개미는 성급히 배낭을 싸기 시작했다. "어서 출발하자. 그래스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버블은 그 말을 듣고 자신도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온건파 본부..오랜만에 가보네." 개미가 중얼거렸다. . . .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엔 큰 위험이 없었다. 며칠을 걷다보니 온건파 본부가 나왔다. "이제 들어가자." 개미가 말했다. 잠시 후 다시 그 커다란 엘리베이터를 타고 월드에게 지원군을 요청했다. 뭐, 결과부터 말하자면 좋은 소식 한개, 나쁜 소식 한개가 있었다. 좋은 소식은, 우리가 5부대 간부를 지원군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이름은 '핏방울'. 약 136년의 고난 끝에 이 자리에 오른 노력파라 한다. 나쁜 소식은, 그 외에 지원군이 없다는 거다. 현재 제거파의 활동이 심상치 않아서, 많은 병력을 온건파 호위에 써야 한다는 이유였다. 뭐, 어쩔 수 없지. 우리는 온건파 본부를 나와 그래스를 구하러 갔다. 헥터사인에게 고작 3명으로 덤비는 것은 자살행위지만, 그걸 알면서도 핏방울만 붙여줬다는 것은 그만큼 핏방울이 세다는 증거다. 가던 길에 친해질 겸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점점 친해지기 시작했고, 개미까지 더 깊숙히 알게 되었다. . . . "그래서, 얼마나 남은거야? 점점 해는 지고, 태양신님의 마지막 보호도 사라지는데." 핏방울이 걱정하는 듯이 말했다. "아마 한..이틀정도 남지 않았을까." "근데 여기도 해가 지네?" 난 한번도 이곳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더니 핏방울이 대답했다. "뭐 넌 비교적 최근에 떨어졌으니까 모르겠지. 여기는 약 50년 주기로 해가 지고 떠. 49년 364일 전에 해가 완전히 떴으니까..내일이면 해가 지네?!" 나도 왜 핏방울이 저러는지는 안다. 태양. 모든것의 어머니며 생명이 자라게 해주는 일명 원동력. 평범한 세계라면 12시간 간격으로 해가 뜨고지고, 태양이 완전히 없어지는 시간이 채 하루도 되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 마치 인간이 뜨거운 것에 조금만 데이면 크게 다치지 않는 것처럼. 다만 만약 오랜 시간동안 해가 뜨지 않는다면, 식물은 원동력을 받지 못해 죽어가고, 해의 보호가 없으니 다른 맹수들이 침입하기도 쉬워진다. 갓 태어났을 때 수없이 들은 이야기다. . . . 또 며칠 후. 결국 완전히 밤이 됐다. 여기저기에서 신을 먹이로 삼는 존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선 조심해. 언제 녀석들이 너를 덮칠지 몰라." 핏방울이 속삭였다. 그때, 갑자기 커다란 뱀이 나타났다. 아니 그건 블란 바실리스크였다. 블란 바실리스크. 원래도 신들이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존재 바실리스크. 하지만 블란 바실리스크는 더 위험하다. 강해지고 싶었던 한 왜소한 바실리스크가 악마와 계약한 존재. 더 강하고, 더 생명력이 즐기며, 더 이빨이 날카롭고, 더 빠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악마는 강해지는 대가로 블란 바실리스크의 눈을 가져갔다. 하지만 점점 블란 바실리스크는 진화해갔고, 결국 청각과 후각이 극도로 발달되었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개미도 알고, 핏방울도 알기에, 우린 온 힘을 쏟아 움직이지 않고 숨을 참고 소리를 내지 않는데에 짐중했다. 하지만 누군가인지, 갑자기 거대한 양의 마력이 나의 팔을 강타했다.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걸 놓치지 않은 바실리스크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점점 모든게 느려지고..느려져서..결국 멈췄고 나도 멈췄다. . . . ...누군가가 버블의 팔에 마력을 쏘았다. 지금 블란 바실리스크가 나타난 건 우연이라 해도, 갑자기 마력이 버블의 팔에, 팔의 신경에 정확하게 꽃힌 건 우연이 아니다. 뭐 그래도 버블이 죽으면 안돼니까. 급한대로 시간을 멈췄다. 시간벌이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마력을 쏜 놈을 해치울 순 있으니까. "...누구냐?" 말을 꺼내자마자 뒤에서 이상한 안경을 쓴 사내가 나타났다. "오우, 시간 정지 능력이라니 힙한데?" 그 사내는 박수를 치고 손가락총을 만들며 말했다. "맞아, 내가 마력을 쐈어. 저 블란 바실리스크도 내가 만들었고. 또 시간은 내게 아무런 제제도 가하지 못하지." ..역시 우연이 아니었던 건가. 어쩐지 해골 마크가 새겨져 있는게 수상하다 했어. "그럼 널 죽이면 그 바실리스크도 사라지겠군?" "뭐, 그런 셈이지! 근데 이걸 어쩌나?" 그 사내가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말했다. "난 계속 도망만 다니며 시간을 끌거거든!" 갑자기 그 사내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이거? 거래 좀 했지. 부양 알약이 효과가 괜찮더라고." 그 남자는 느긋하게 누웠다. "아차. 내 이름은 에드로레이드. 제거파지." "..역시 제거파였군." "상관 없잖아? 시작하자!" 즉시 난 그에게 달려들었다. 내게 무기는 없다. 다만 몸을 가시로 변형시켜서 박아버리면 그만이다. 강렬하게 내리꽃는 돌진을 그는 너무 쉽게 피해버렸다. 그리고 배트를 꺼내들어, 나를 세게 쳤다. "홈런!" ..강한 상대다. 바로 알 수 있었다. 공격을 피하는 것 까진 그렇다 해도, 그 짧은 시간에 배트를 꺼내들어 나를 치는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버블이나 개미가 있었다면 한결 수월하게 잡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난 내 몸을 다시 총으로 번형시켰다. "..따발총도 그렇게 피할 수 있을까." 곧바로 내 몸에선 수천개의 맹독 총알이 발사되었다. "음, 이건 좀 위험한데." 에드로레이드는 조금 힘겹게 총알을 전부 피하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대로 게임 끝이었다. 저 자가 강한 건 맞다. 다만 저 자는 노력이 부족했을 뿐. 아마 재능 하나만을 믿고 노력을 안 했겠지. 돌진엔 빈틈이 가득했다. 난 다시 내 원래 모습으로 변하고, 내 모든 힘을 담아 그의 배에 펀치를 꽃아 넣었다. 만약 그가 조금만 겸손했다면, 그래서 돌진을 하지 않았다면 버블은 그대로 죽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오만함은 결국 파멸을 불렀다. 에드로레이드는 바닥에 꽃힌 채로 헉헉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 슬그머니 앉았다.
4화에서 @leagon님이 답장을 한달동안 답장을 하지 않는 관계로, 랜덤을 통해 '월드의 지원군 받기' 가 선정되었습니다. (사실 걍 묵살임) @Bloodrop (에드로를 살린다/죽인다) *경고! 에드로는 큰 힘이 될 수 있으며, 죽인다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드로의 분량도 없어지겠죠. 만약 살린다면, 배반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