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그 일렁이는 빛은 선명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점, 두개로 나뉘었다. 그리고 한 빛은 이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선명해졌는데...구슬 안에 있는건, 나였다. 그옆엔 빨갛고 날개가 있는 무언가가 잠깐 일렁였다. 구슬안의 빨간 무언가는... 어? 저 빨간색 몸통.. 커다란 날개.. 사라진 앞다리까지... 저.. 저건.. 요..용인가? 하지만 용이라기엔 작았고, 드래곤의 모습에 더 가까웠지만 드래곤처럼 앞다리가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 순간, 수정구슬이 큰 빛을 내더니 펑하며 그 형형색색의 빛이 사라져 버렸다. "어.. 너무 신입학생에게 수정구슬을 보여준 게 문제였나." 선생님은 멍하니 용이니 뭐니를 중얼거리는 나를 잠깐 빤히 바라보더니 귓속말로 말하셨다. ' 아, 약간 생소한 동물일 수 있지. 저건 와이번이다. 고대에 천사 여러명에게 봉인되어 갇혔지만 언젠가부터 다시 나타난 동물.. 그냥 드래곤의 하위호환이라 보는게 맞겠구나. 다만, 이걸 애들에게 말해주지는 마라. 하나만 얘기해주자면, 무섭게 너의 빈틈만을 노리는 맹수도 우리반에 존재하니까. ' 선생님은 빙긋 웃어보이며 자리에 다시 가라고 했다. 그리곤 애들이 시끌벅적해졌다. "뭐야? 뭔데?" "말해줘~ 궁금해!" "뭐가 보였어?" " ... 아무것도 안 보였어. 뭔가가 일렁였는데.. 결국 뭔지 못 알아본 채 수정구슬이 꺼져 버렸어. " 나는 선생님 말에 따라 거짓말을 했다. 선생님의 마지막 말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순간, 뭔가 살짝 울컥했다. 두 가지였다. 토할 것 같은 절망감과, 선생님이 착오를 했던 것. 음, 그 착오가 뭐냐면, 수정구슬은 상대방의 미래를 읽어내는 도구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미래를 보려면 상대방의 머리속을 읽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그 과정을 못 버텨낼거라곤 생각 못 하신 것 같다. 그 두개가 동시에 올라오니, 죽을 것 같았다. 그 두려움과, 지금 나에게 집중하곤 있지만, 여기 내가 사역마를 말하기만 바라는 맹수가 있다니. 결국, 난 교실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 ㅊ..현아.. ㄱ..찬니 " 이런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어쩔줄 몰라하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 . . 내가 눈을 떴을 땐, 선생님과 윤우만이 보건실에 있었다. 나는 보건실 침대에 누워 있었고, 보건 선생님에게 기력을 받고 있었다. " .. " 선생님이 한숨을 푹 쉬었다. 이제는 선생님조차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수정구슬을 보지 않고, 네온이나 강냥이가 수정구슬을 봤다면.. " 미안하다. " " 왜.. 갑자기 쓰러진건데.. 약해 빠져선.. 옛날부터 항상 약해 빠졌던게.. " 그 두 말에. 뭔가가 싹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수정구슬로 인한 피로는 아니지만, 우리 반 아이에게 품은 절망감과, 두려움이 밀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윤우는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였다. 그럴 만도 하지. " 선생님, 저 이제 진짜 괜찮아요. 곧 다음 수업시간인데.. 빨리 윤우 데리고 올라가세요. " 나는 해맑게 웃어 보이며 아르키 선생님께 말했다. " ... 저..정말 괜찮겠니..? " " 예. 여기에 아무도 없는 것도 아니고, 보건 선생님도 계시고.. 비록 아프긴 하시지만 다른 선생님도 보이잖아요. 저 걱정하지 말고, 얼른 다음 수업 하러 가세요. " " ... " 선생님은 몇번 다짐을 한 듯 침을 삼키고, 윤우에게 말했다. " 윤우야. 돌아가자. 차현이는 잘 회복될거야. " " 그.. 그치만.. " 이런 모습은 낫설었다. 윤우가 사실 마음이 여리다 해도, 이렇게 사람 앞에서 머뭇거리는 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난 말했다. " 윤우야. 니가 진정으로 날 위한다면 어서 가서 수업 들어. 대신. 이번 수업 들은 거 필기해서 나에게 보여 줄 수 있지? " 윤우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선생님과 같이 보건실로 나왔다. 이제 슬슬 힘이 나지만, 아직 수업을 듣진 못하겠다. . . . 한 2교시쯤 지나자, 완전히 회복되었다. 선생님은 몇가지 더 검사나 뭐 이런것들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난 그저 수업을 듣고 싶었다. 사실은 머리가 살짝 아프지만, 그래도 수업은 듣고 싶다. 그런데 마침 쉬는시간이다. ... 이참에 다시 엘리트반이나 가봐야지. . . . 그 시간.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고, 완벽하게 방음이 된 방 안에서 교장인 비스킷이 한쪽 쇼파에 극대노 한채로 앉아있고, 아르키 선생은 다른 쪽 쇼파에 능글능글하고 어쩌면 비열한, 어쩌면 교활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아르키 선생. " " 네? " " 정작 선생이 뭔 짓을 한지 모르겠나? " " 네~ 글쎄요. 전 그저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드린건데. " " 그렇다고.. 그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나? " 비스킷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 학생들에게 우리 학교의 3대 학보인 '수정구슬'을 학생에게 맘대로 보여주고, 게다가 학생까지 쓰러져? " 비스킷에 더 금이 갔다. " 자네는.. 자네가 뭔 짓을 저질렀으면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학생이 쓰러지나?! " 비스킷이 곧바로 부서질 듯 위태롭다. 그 순간, 교장 선생님이 쇼파에 축 늘어지고 금이 간 상처는 곧바로 없어졌다. " 뭐.. 그래서. 절 자르기라도 하실건가요? " " ... " " 하실 수 있으면 다아~ 해보세요. 뭘 하든. 선생님이 저에게 있는 일종의 '빚'? 이라 해야하나. 뭐 아무튼 그걸 아직 다 못 갚으신거, 잘 아실텐데요? " " .. " 비스킷 선생님은 가만히 고개를 푹 숙였다. " 전 갑니다~ 대화가 너무 빨리 정리된 것 같아서. " [4화 끝]
크읔.. 점점 갈수록 주기가.. 짧아진다 어쩔 수 없이 6시에 일어나야겠군. 그리고 앞의 대부분이 이미 리메이크 3화에서 나왔기 때문에, 앞부분이 생략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