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스카이윙은 털을 흔드는 부드러운 산들바람을 맞으며 시내를 따라 걷고 있었다. 오로라가 사라진 지 네 계절이 지나, 다시 여름이 돌아왔다. 오로라는 찾지 못 했지만, 친구인 스카이윙이 격려해 준 덕에 오로라에 대한 그리움은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그리고 스타는 오로라가 죽지 않고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스카이윙은 둘이 만나기 전 어떤 고양이들의 무리에 속해있었다고 한다. 그 무리는 새끼 고양이가 자랄수록 이름을 바꾼다고 한다. 그래서 스카이윙이 장난으로 스타가 태어난 지 여섯 달이 되자, ‘스타셰이드’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 스타는 스타셰이드라는 이름을 계속 쓰고 있다. “스타셰이드, 좀 쉴래? 일출부터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계속 걷고 뛰었잖아. 아무리 우리가 여행을 몇 달 동안 다녔지만, 이렇게 오랬동안 안 쉬고 다닌 건 처음이야.” 스카이윙이 하루 종일 사냥꾼들로부터 도망쳐 뛰어다닌 생쥐처럼 지쳐 쓰러질 기세로 말했다. 두 고양이는 친구가 되어 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고양이들을 만났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자기 영역에서 꺼지라고 쏘아붙이는 바람에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 하고 계속해서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래, 조금만 쉬자.” 스타셰이드가 가까이 있는 바위에 자리를 잡으며 대답했다. 스카이윙도 스타셰이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와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영원히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갑자기 까마귀 한 마리가 나무가 많이 우거진 숲에서 날아왔다. 스타셰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까마귀를 따라갔다. ‘배고픈데 사냥이라도 할까?’ “잠깐만!” 갑자기 짙은 회색 얼룩무늬 수 고양이가 숲에서 뛰쳐나오더니 스타셰이드와 스카이윙에게 소리쳤다. 스카이윙 역시 스타셰이드처럼 시선이 까마귀를 향해 있었다. 수 고양이가 까마귀에게 손짓하며 뭐라고 중얼대자, 까마귀가 수 고양이에게 돌아와서 수 고양이의 머리에 앉았다. “이봐 너희 둘, 왜 그렇게 이 까마귀를 먹잇감으로 보듯이 쳐다보는 거야? 신더는 내 친구거든?” 수 고양이가 스타셰이드와 스카이윙에서 쏘아붙였다. “어.. 미안해. 근데, 어떻게 새랑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야? 새들은 자기 가까이 고양이가 있다는 걸 인지하면 다 날아가 버리잖아.” 스타셰이드가 말했다. “내가 전에 신더의 다리가 부러져있는 걸 발견하고 고쳐줬어. 그 후로 날 따라다니더라.” 수 고양이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스타셰이드는 신더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순간 스타셰이드도 저렇게 자신을 따라다니는 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희는 누구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수 고양이가 물었다. “난 스카이윙이고, 여기 이 회색 고양이는 스타셰이드야. 우린 여행을 다니고 있어. 너는?” 스카이윙이 수 고양이의 물음에 대답했다. “난 사일런스텔런이야. 난 저 숲 깊은 곳에서 신더랑 다른 두 고양이랑 살고 있어.” 사일런스텔런이 대답했다. “근데 너희가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건 딱히 정해진 집이 없다는 거야?” 사일런스텔런이 묻자, 스타셰이드가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럼 같이 하나의 무리를 만드는 건 어때? 일반적인 떠돌이 무리랑 다르게 역할도 나누고, 규칙도 정하고.. 영역 싸움 같은 거 없는 평화로운 무리 말이야.” 사일런스텔런이 제안했다. 꽤 괜찮은 제안이었다. 스타셰이드는 여행을 다니는 건 즐거워했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항상 자기네 영역에서 꺼지라고 소리치는 것은 끔찍하도록 싫어했다. 그런데 그렇게 소리치며 싸워야 하는 상황이 없어진다고? 그리고 역할도 나누고, 규칙도 정하면 무리 안에서의 싸움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스카이윙은 조금 움찔하는 것처럼 보였다. “스타셰이드, 난 저 말을 잘 못 믿겠어. 방금 만난 낯선 고양이에게 다짜고짜 같이 무리를 만들어 평화롭게 살자고 제안한다고? 저 말이 사실이라면 사일런스텔런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어? 분명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을 거야..” 스카이윙이 스타셰이드에게 속삭였다. 정말 사일런스텔런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을까? 혹시 사일런스텔런이 외로워서 이런 제안을 한 걸까? ‘이 바보야. 사일런스텔런이 자기 입으로 신더랑 다른 두 고양이랑 같이 산다고 했잖아.’ “음.. 너희들 하는 말 다 들려. 난 너희한테 숨기는 거 없어. 뭐 내가 신더랑 다른 두 고양이랑 같이 살긴 하지만, 난 그저 좀 더 큰 무리에 속해있고 싶을 뿐이야. 보다시피 다른 떠돌이 무리들은 너무 공격적이고 영역에 예민하잖아.” 사일런스텔런이 말헀다. “그럼, 왜 방금 전에 만난 우리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거지? 우리가 온순할지 공격적일지 네가 어떻게 알고?” 스카이윙이 지적했다. “만약 너희가 다른 떠돌이들과 똑같이 공격적이었다면, 날아가는 신더가 보이자마자 잡아 죽였겠지.” 사일런스텔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설마..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친구인 신더를 이용한 거야? 아니 신더를 친구라고도 부를 수 없는 건가?’ “그럴리가, 난 신더를 이용하지 않았어. 그냥 우연히 신더가 너희 쪽으로 날아간 거야.” 사일런스텔런이 그런 멍청한 말은 처음 듣는다는 듯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 마음을 읽었어.’ “그래서, 동의하는 거야 마는 거야? 빨리 명확하게 대답해.” 사일런스텔런이 재촉했다. 스타셰이드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스타셰이드가 정신을 차리자, 사일런스텔런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카이윙역시 스타셰이드처럼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럼 다 동의한 거지? 오늘 땅거미가 질 때 까지 여기로 다른 고양이들을 모아와 줘. 자신이 아는 고양이들을 죄다 모아올 필요는 없어. 그저 사납지 않은 고양이면 충분해.” 사일런스텔런이 만족스럽게 말했다. 이 고양이는 분명 둘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었다. 스타셰이드의 마음을 읽었던 것, 스타셰이드와 스카이윙이 순간 멍해지고 난 다음 그 사이에 무언가를 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것 이 두 가지로도 이유는 충분했다. 이 고양이는 믿을 수 없었다.
*등장하는 고양이들 스타셰이드: 연한 회색 털에 푸른색 눈을 가진 암 고양이. 눈 밑에 별 모양의 무늬가 특징이다.(1년 3개월) 스카이윙: 연한 노란색 바탕에 노란색 반점이 있는 털과 초록색 눈을 가진 암 고양이.(1년 6개월) 사일런스텔런: 짙은 회색, 검은색 얼룩무늬 털과 호박색눈을 가진 수 고양이.(1년 6개월) 모든것: STARSEBI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