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보름달의 은은한 빛을 받는 숲 속을 걷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나무들을 뒤흔드는 소리와 풀벌레가 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숲이었다. “오로라, 여기 정말 안전할까?” 보송보송한 연한 회색털에 푸른눈을 가진 새끼 고양이가 회색 줄무늬 털에 초록색 눈을 가진 새끼 고양이에게 야옹거리며 물었다. “조금만 놀다가 가는 건 괜찮을거야.” 오로라가 대답했다. “혹시 겁먹은 거야, 스타?” 오로라가 킥킥거리며 스타를 놀렸다. “아니거든! 그냥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나서..” 스타가 우물쭈물 말했다. 오로라와 스타는 겨우 두 달 전에 태어났다. 둘의 엄마는 숲에는 무서운 괴물이 있으니 숲에 가면 안된다고 둘에게 말했었다. 오로라와 스타의 아빠도 숲에 갔다가 사라져버렸다고 엄마가 말했었다. “어차피 너무 깊이 들어가진 않을 거야. 그리고 너랑 나 둘 다 시끄러운 골목길에만 있기 지겨웠잖아. 조금만 더 가보자.” 오로라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오로라는 곧 있으면 스타가 겨우 나뭇잎 하나를 밟고 놀라는 모습을 보고는 겁쟁이 생쥐라고 놀릴 게 뻔했다. 그때 가까이 있는 덤불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스타는 엄마가 말했던 괴물이 나타난 줄 알고 털을 부풀린 채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덤불에서는 아주 작고 어린 다람쥐가 쪼르르 달려 나오고는 오로라와 스타를 보고 다시 덤불로 도망갔다. “이 겁쟁이 생쥐야! 겨우 저렇게 조그만 다람쥐 가지고 그렇게 놀란다고? 다음에는 풀벌레가 풀에서 튀어나와서 네 등에 올라타면 넌 그냥 놀라 기절하겠네!” 오로라가 낄낄거리며 스타에게 말했다. 오로라는 항상 겁먹은 스타의 모습만 보면 쉴 새 없이 놀렸다. “난 저 다람쥐 잡으러 갈거야! 빨리 따라와! 아 맞다! 넌 겁쟁이라 못 따라 오려나?” 오로라가 다람쥐가 도망간 덤불로 뛰어들며 말했다. 스타는 씩씩대며 오로라를 따라 덤불로 뛰어들어갔다. 오로라는 한참 앞에서 다람쥐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다람쥐는 작았지만 말도 안되게 빨랐다. 그러나 그 빠른 속도에도 오로라는 뒤지지 않았다. 나무들과 덤불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빠르게 다람쥐를 쫒아가는 오로라를 스타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 탓에 둘의 간격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오로라가 덤불 하나를 뚫고 들어갔다. 조금 뒤 스타도 오로라를 따라 들어갔지만, 덤불에서 나오니 오로라가 보이질 않았다. “오로라? 어디있어?” 스타가 계속 소리치며 오로라를 불렀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스타는 혼자 남겨졌다는 두려움에 몸을 웅크리며 눈물을 흘렸다. 스타는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고, 오로라도 사라졌다. ‘이제 어떡하지? 엄마 말을 들을걸..’ “조심해!” 갑자기 어떤 목소리가 스타에게 소리치더니 무언가가 스타를 덮치고는 나무가 거의 없는 곳으로 빠르게 밀쳤다. 스타가 일어나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바로 앞에 연한 노란색 바탕에 더 진한 노란색 반점이 있는 암 고양이가 있었다. 그 고양이와 스타의 나이는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자신의 앞에 서있는 고양이가 스타보다 더 컸다. 스타를 여기로 던진 고양이가 이 고양이라고 스타는 예상했다. 스타가 입을 열어 말을 하려는 그때, 스타가 웅크리고 있었던 자리에 커다란 나뭇가지가 우지근 부러지며 떨어졌다. 만약 이 고양이가 스타를 여기로 던지지 않았다면, 스타는 나뭇가지에 깔려 뼈가 부러지거나 죽었을 것이다. “너, 괜찮아?” 노란색 얼룩무늬 고양이가 스타에게 물었다. 얼룩무늬 고양이의 목소리에는 스타를 걱정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목소리가 약간 사납고 거칠었다. “어? 응… 구해줘서 고마워.. 근데, 넌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거야? 그리고 나뭇가지가 떨어질 거란 건 어떻게 알았어?” 스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덤불에 몸을 숨기고 있었어. 그리고 나뭇가지가 좀 불안정 해 보이기도 했고..” 얼룩무늬 고양이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뭔가 불안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혹시.. 여기 무슨 괴물이 있어?” “괴물이라니?” 스타가 묻자, 얼룩무늬 고양이가 스타를 정신 나간 고양이를 보는 듯 바라보며 되물었다. “어.. 그게…. 우리 엄마가 숲에 괴물이 산다고 하셨거든… 근데 너무 궁금해서 그냥 와 본건데…” 스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숲엔 괴물 같은 건 없어. 아, 그런데 가끔씩 매가 와서 새끼 고양이들을 잡아가기도 해.” “매?” “음… 엄청 큰 새야. 너랑 나 정도는 그냥 죽은 쥐 잡듯이 발톱으로 잡아서 날아갈 껄?” 새가 고양이를 잡아서 날아간다니. 대체 매라는 새가 얼마나 크면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스타가 본 새는 그저 골목길에 다니는 비둘기랑 조그만 참새들 뿐이었다. “내가 덤불에 숨어있던 것도 매 때문이야. 조금 전에 숲 위를 가로질러 날아갔...” “안돼!” 얼룩무늬 고양이가 말을 하던 중 스타가 비명을 질러 말을 끊어 버렸다. 얼룩무늬 고양이는 당황한 듯 스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안돼, 안돼, 안돼… 오로라.. 오로라 어떡해?” 스타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흥분하며 말했다. “잠깐만.. 진정해 봐. 오로라라니?” 얼룩무늬 고양이가 물었다. “오로라는.. 나랑 같이 숲에 온 내 언니야… 다람쥐를 쫓아서 여기로 갔는데, 보이질 않아.. 혹시 덤불에서 오로라 봤어? 회색 줄무늬 털에 초록색 눈을 가진 나보다 조금 더 크고 너보다는 조금 더 작은 고양이!” 스타가 흥분해 몸까지 부르르 떨며 성급하게 말했다. 곧 있으면 기절 할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미안해.. 매한테 집중하느라 숲 쪽을 못 봤어. 매가 지나간 뒤에 내가 널 발견한 거고..” 얼룩무늬 고양이가 정말 미안해 하면서 고개를 떨궈 스타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나랑 같이 찾아보자. 아 참, 내 이름을 얘기 안 했네. 난 스카이윙이야.” 스카이윙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알겠어. 내 이름은 스타야. 고마워, 스카이윙..”
*등장하는 고양이들 스타: 연한 회색 털에 푸른색 눈을 가진 암컷 새끼 고양이. 눈 밑에 별 모양의 무늬가 특징이다.(3개월) 오로라: 회색 줄무늬 털에 초록색 눈을 가진 암컷 새끼 고양이.(3개월) 스카이윙: 연한 노란색 바탕에 노란색 반점이 있는 털과 초록색 눈을 가진 암 고양이.(6개월) 여기에서 나오는 스타는 Moonlight 1기 얼음의눈물에 나오는 스타와는 다른 스타입니다. 모든 것: @STARSEBIHN 원래는 이때 쯤에 3기를 올릴 예정이었으나, 외전편으로 인해 조금 밀리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3기는 방학 중에 작업하고 올릴 예정이며, 외전편은 이미 글을 거의 다 쓴 상태라 금방 올라갈 예정입니다.